파리 샹젤리제 걷기행사, 서울과 뭐가 다를까
2025년 현재, 도시 중심 도로를 개방해 시민이 자유롭게 걷고 문화를 누리는 걷기축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의 ‘잠수교 걷기축제’와 파리의 ‘샹젤리제 걷기행사’는 대표적인 도심 걷기 문화 이벤트입니다. 이 두 축제는 비슷한 형태의 행사를 지향하면서도 도시의 성격과 시민문화에 따라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운영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과 파리의 대표 걷기축제를 비교해보고, 각 도시가 추구하는 도보 중심 문화가 어떻게 다르게 구현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잠수교 걷기축제: 도심 속 한강을 걷다
서울의 잠수교 걷기축제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대표적인 시민 참여형 행사입니다. 잠수교는 평소 차량 통행이 이루어지는 교량이지만, 행사가 열리는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전환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걷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합니다.
2025년에는 서울페스타와 연계되어 약 4.5km 구간이 완전히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바뀌며, 푸드트럭, 버스킹 공연, 환경 체험 부스 등이 다채롭게 운영됩니다. 특히 한강을 가로지르는 위치 특성상 양방향으로 한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참여 방식은 자유롭게 현장 방문만으로 가능하며, 특별한 예약 없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시민들이 자전거, 휠체어, 유모차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도로 표면의 안전 관리와 안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걷고 체험하는 ‘가족형 걷기축제’에 가까운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무대 없이 자연스러운 도심 걷기 중심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상 속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며,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자동차 없이 조용한 서울을 경험하게 해주는 귀중한 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리 샹젤리제 걷기행사: 예술과 시민문화의 거리
반면 파리의 샹젤리제 걷기행사는 ‘Paris Respire(파리가 숨 쉬다)’라는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월 첫 번째 일요일마다 개최되며, 파리시가 주도하는 환경·문화 중심의 시민 거리 행사입니다. 샹젤리제 거리 전 구간이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시민·예술가·관광객 모두가 거리 자체를 문화 공간처럼 누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2025년에는 파리시가 샹젤리제 일대 보행전용화 확대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걷기행사의 규모와 영향력이 더 커졌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거리 예술가, 클래식 악단, 페인팅 부스, 도서 교환 공간, 기후 변화 전시 부스 등이 설치되어, 걷기 자체가 하나의 ‘문화 체험’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정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거리” 분위기입니다. 대형 무대나 상업적 이벤트 없이도 시민 스스로가 예술을 즐기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걷기를 넘어, 도시의 철학과 시민의 생활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행사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리시는 걷기행사를 ‘환경 중심 도시 전환’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 전기 자전거 체험, 플라스틱 없는 거리 만들기 등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필수로 포함됩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서울과 파리 모두 도심 중심부 도로를 차량 없이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문화적 성격과 참여 구조가 다릅니다.
개최 주체 | 서울시, 서울관광재단 등 | 파리시 (Paris Respire 프로젝트) |
행사 빈도 | 연 2~3회 (봄·가을 주말) | 매월 1회 (첫 일요일) |
주요 테마 | 시민 여가, 피크닉, 버스킹, 관광 | 환경, 예술, 시민문화, 지속가능성 |
프로그램 성격 | 활동적, 가족 참여형 | 정적, 문화·예술 체험 중심 |
교통 차단 범위 | 잠수교 및 연결 도로 (한정적) | 샹젤리제 전 구간 (차량 전면 금지) |
참가 방식 | 자유 관람, 사전 신청 없음 | 자유 참여, 시민 중심 자연 발생형 행사 |
이처럼 서울은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형 걷기 행사", 파리는 **"환경과 예술 중심의 도시문화형 걷기 공간"**에 가까우며, 각각의 도시가 추구하는 시민문화와 도시비전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걷기축제, 도시의 철학을 걷는 시간
서울과 파리의 걷기행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공공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잠수교는 서울시민에게 도심 속 쉼표를 제공하며 여가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샹젤리제는 걷기를 통해 환경과 예술, 시민의식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같은 ‘걷기’라는 행위 속에 각기 다른 방향성과 문화를 품은 두 도시의 행사는, 오늘날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어떤 도시를 걷든, 중요한 건 ‘어떻게 걷는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